최근 몇 년간 세계 주요 인테리어 박람회에서는 공통된 화두가 등장한다.

바로 “지속가능한 아름다움”,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빈티지 가구가 있다.
한때 낡고 오래된 물건으로만 여겨졌던 빈티지는,
이제 ‘새것보다 진짜 같은 것’을 추구하는 현대 디자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현재, 유럽과 아시아, 북미의 대표적인 인테리어 박람회들에서는
빈티지를 단순한 복고적 유행이 아닌 문화적 가치와 디자인 철학으로 다루고 있다.
각 박람회가 보여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세계가 어떻게 ‘과거의 디자인’을 다시 해석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밀라노 살로네(Milan Salone del Mobile): 시간의 흔적을 디자인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Salone del Mobile Milano는
가구와 인테리어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박람회다.
2024~2025 시즌의 가장 큰 흐름은 바로 “시간의 질감(The Texture of Time)”이었다.
전시관 곳곳에는 1950~70년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드센추리 모던 빈티지 가구들이 배치되었다.
이탈리아 브랜드 Cassina, Poltrona Frau, Molteni&C 등은
자사 아카이브에 있던 의자와 테이블을 새로운 소재로 복원해 선보였다.
- Cassina는 르코르뷔지에의 LC 시리즈를 친환경 가죽과 재활용 철재로 복원.
- Poltrona Frau는 1970년대 소파 디자인을 현대 색상 팔레트로 재구성.
- Molteni&C는 오리지널 도면을 기반으로 복각한 체어 컬렉션을 공개.
밀라노 살로네의 전시는 단순히 과거 디자인을 복제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존중하는 디자인”, 즉 오래된 가치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는 빈티지가 더 이상 ‘과거형 디자인’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감성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상징한다.
파리 메종 & 오브제(Maison & Objet): 감성적 리빙과 지속가능성
프랑스 파리의 Maison & Objet 박람회는 리빙·가구·소품 전반의 글로벌 트렌드를 제시하는 행사다.
2025년 전시 주제는 “Sustainable Elegance(지속가능한 우아함)”.
이 주제 속에서 빈티지는 단연 핵심 키워드였다.
프랑스·덴마크·벨기에 브랜드들이 협업한 ‘La Vie Réutilisée(다시 살아나는 삶)’ 전시는
모든 전시품이 ‘재활용 혹은 재해석된 가구’로 구성되었다.
- 덴마크 브랜드 Gubi는 1960년대 체어를 FSC 인증 원목으로 복원.
- 벨기에의 Serax는 1970년대 프렌치 포터리(도자기)를 영감 삼아
빈티지 질감을 가진 조명 시리즈를 출시했다. - 프랑스 Roche Bobois는 “Old is New” 콘셉트로
중고 가구 복원 캠페인을 병행하며 브랜드 가치 확장을 시도했다.
메종 & 오브제의 전시장은 마치 하나의 빈티지 리빙 갤러리처럼 구성되었고,
방문객들은 각 브랜드의 철학보다 ‘살아 있는 공간의 이야기’에 반응했다.
이는 곧, 빈티지 인테리어가 감성 소비의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스톡홀름 가구 박람회(Stockholm Furniture Fair): 북유럽의 절제된 복고
북유럽 디자인의 중심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Stockholm Furniture Fair는 실용성과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한 전시가 특징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조용한 복고(Quiet Retro)”라는 새로운 흐름이 자리 잡았다.
이 박람회에서 주목받은 것은 자연소재와 단순한 형태의 빈티지 가구 복원 사례였다.
스웨덴의 Svenskt Tenn과 핀란드의 Artek은
과거 자사 제품을 복각하거나, 해체 후 재조립한 의자·스툴 시리즈를 공개했다.
특히 Artek은 알바 알토(Alvar Aalto)의 상징적 디자인 ‘스툴 60’을
재활용 합판으로 제작하며, “원형 그대로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는 북유럽식 미학—단순함, 기능성, 친환경성—이
빈티지 가구 복원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뉴욕 ICFF (International Contemporary Furniture Fair): 산업과 예술의 경계
미국 뉴욕에서 매년 열리는 ICFF는 현대 가구 산업의 실험무대를 표방한다.
하지만 2024~2025 시즌에는 “Craft Reborn(다시 태어난 공예)”이라는 주제로
수공예 기반의 빈티지 가구들이 다수 등장했다.
- 미국 로컬 브랜드 BDDW는 19세기 철제 책상을 재해석해
스틸 구조에 월넛 상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테이블을 선보였다. - 브루클린 기반의 Roll & Hill은 구형 샹들리에의 형태를 유지하되,
조명부를 LED로 교체해 에너지 절감형 빈티지 조명을 출시했다. - 독립 디자이너 Hella Jongerius는 낡은 패브릭 잔여 조각을 엮어
‘텍스타일 아트 체어’를 만들어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
ICFF의 특징은, 빈티지를 단순히 복원하거나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실험과 기술적 재해석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빈티지가 하나의 산업 영역을 넘어,
‘지속가능한 예술 언어’로 확장되고 있었다.

도쿄 디자인 위크(Tokyo Design Week): 아시아 감성의 뉴 빈티지
아시아권 박람회 중에서는 일본의 Tokyo Design Week가 주목할 만하다.
일본의 전통 목공예와 서양식 빈티지 디자인이 융합된
‘Neo-Retro Craft’라는 테마가 중심을 이루었다.
- 교토의 Karimoku New Standard는 1970년대 일본 학교 의자를
현대적인 색상 팔레트로 재해석하며, 지역 목재의 사용을 강조했다. - 도쿄의 Time & Style은 1960년대 일본 가정집에서 영감을 받은
낮은 좌식 테이블과 패브릭 체어를 선보였다. - 한편, 한국 브랜드 Livart Heritage Line은
국내 전통 목가구의 짜임새를 모티프로 한 빈티지 캐비닛을 출품해
아시아 감성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
도쿄 디자인 위크는 유럽 중심의 빈티지 트렌드에
‘생활 문화’라는 동양적 해석을 더하며
빈티지 가구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매개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세계 박람회 속 빈티지 트렌드의 공통점
2025년 현재, 전 세계 인테리어 박람회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빈티지 트렌드는 다음 세 가지다.
- 복원이 아닌 재해석(Reinterpretation)
과거 디자인을 단순히 복제하지 않고, 현대적 소재와 기능을 더한 새로운 버전으로 재탄생시킨다. - 지속가능한 디자인(Sustainability)
친환경 소재, 수리 가능한 구조, 재활용 가능한 자재를 활용한다.
빈티지는 가장 자연스러운 지속가능 디자인으로 인식된다. - 감성적 서사(Emotional Storytelling)
소비자는 ‘가구의 역사’와 ‘제작자의 철학’에 반응한다.
오래된 것의 미학이 브랜드 정체성으로 작용하는 시대다.
빈티지는 세계 디자인 언어의 공통어
세계 주요 인테리어 박람회에서의 빈티지 사례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보여준다 —
빈티지는 더 이상 과거의 취향이 아니라, 미래의 가치로 진화하고 있다.
밀라노의 장인 정신, 파리의 감성, 북유럽의 절제, 뉴욕의 실험,
그리고 도쿄의 문화적 해석까지.
이 모든 흐름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하나다.
“시간이 만든 디자인은 결코 낡지 않는다.”
빈티지 가구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디자인, 인간적인 감성, 그리고 진정성의 상징이 되었다.
박람회장은 이제 과거의 유물을 복원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 유산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의 디자인을 제시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참고 출처
- Salone del Mobile Milano Official Report 2025
- Maison & Objet Paris Trend Guide (2025)
- Stockholm Furniture Fair Journal (2025)
- ICFF New York 2024–2025 Design Trends
- Tokyo Design Week Official Digest (2025)
- Statista, Global Furniture Design Market Report (2025)
- Maison Korea, 세계 박람회 속 리빙 디자인 변화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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