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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트렌드와 빈티지

아시아 대도시(서울·도쿄·상하이)에서의 빈티지 열풍

한때 유럽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빈티지’가
이제는 아시아 대도시의 새로운 언어로 자리 잡았다.


서울, 도쿄, 상하이—세 도시는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졌지만
최근 몇 년간 공통적으로 “오래된 것의 미학”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열풍은 단순한 인테리어 트렌드를 넘어,
세대의 정체성과 도시의 감각이 교차하는 문화적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늘은 그 세 도시에서 어떻게 빈티지가 변화의 언어가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아시아 대도시(서울·도쿄·상하이)에서의 빈티지 열풍

1. 서울 — ‘감성’과 ‘생활’이 결합된 도시 빈티지

서울의 빈티지 트렌드는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함께 성장했다.
2019년 이후 ‘을지로 감성’, ‘성수 빈티지’, ‘망원 리빙샵’ 같은 키워드가
SNS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 공간 중심의 확산

서울의 빈티지는 단순한 가구 스타일이 아니라,
공간을 통한 자기 표현 수단이다.


카페·서점·편집숍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에서는
1950~80년대 디자인의 의자, 철제 조명, 원목 책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러한 공간의 공통점은
‘완벽히 복고적인 형태’가 아니라
현대적 실용성과 감정적 따뜻함의 조화다.

  • 을지로·성수 일대: 산업적 철제·조명 기반의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 연남·망원: 원목·라탄 중심의 내추럴 빈티지
  • 한남·논현: 유럽 가구 수입 기반의 클래식 빈티지

서울의 젊은 세대는 ‘새것보다 오래된 것’을 택하면서도,
그 안에 ‘자기 스타일’을 세련되게 녹여낸다.


이른바 “감성 실용주의 빈티지”다.

 

🔸 소비 구조의 변화

중고 플랫폼(예: 당근마켓, 세컨드마켓)과
소규모 리폼 브랜드가 등장하며,
‘직접 리폼·복원’이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았다.

 

특히 KC 인증을 받은 친환경 도료나
리폼 키트를 이용한 DIY 콘텐츠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의 빈티지는 결국 “나만의 이야기로 재해석된 오래된 것”이다.

 

2. 도쿄 — 장인정신과 절제미가 만든 정제된 빈티지

도쿄의 빈티지는 서울보다 한층 더 정돈되고 절제된 감성을 지닌다.
이는 일본 고유의 미학, 즉 ‘와비사비(Wabi-sabi)’ 정신과 맞닿아 있다.


불완전함 속의 아름다움, 오래된 것의 정숙함을 존중하는 문화다.

 

🔸 소재와 디테일의 미학

도쿄 빈티지 인테리어는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디테일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

  • Karimoku New Standard: 일본산 목재를 이용해 1970년대 학교 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 Time & Style: 전통 목가구의 짜임새와 서양 가구의 구조를 융합
  • Herman Miller Tokyo Showroom: 해외 미드센추리 가구를 일본적 감성으로 큐레이션

도쿄의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 제작 과정과 소재의 출처를 중시한다.
이는 단순히 ‘유행하는 디자인’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남긴 질감”을 수집하는 태도에 가깝다.

 

🔸 미니멀리즘과 정서적 온도

도쿄의 주거 공간은 규모가 작지만,
그 안에 ‘온기 있는 미니멀리즘’을 실현한다.


화이트 벽, 원목 책상, 라탄 의자,
거기에 오래된 조명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공간이 주는 감정은
“화려하지 않지만 완전한 안정감.”
도쿄의 빈티지는 정제된 여백 속에서 빛난다.

 

3. 상하이 — 글로벌 감성과 로컬 복고의 결합

상하이의 빈티지 열풍은 비교적 늦게 시작됐지만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도시의 글로벌 리빙 시장화Z세대 소비 확대 덕분이다.

 

🔸 복합적 스타일

상하이의 빈티지는 유럽풍, 중화풍, 모던 감각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리빙 스타일이다.

 

대표적인 지역인 French Concession(프랑스 조계지) 일대는
1930년대 건축물과 현대적 리노베이션이 공존하며
중국 내에서도 가장 세련된 빈티지 거리로 꼽힌다.

 

  • 벽돌 건물과 대리석 바닥, 아르데코 창문
  • 브라스 조명과 유럽산 체어,
  • 그리고 로컬 장인의 수공예 소품까지 결합된 독특한 미학

이는 “수입된 빈티지”가 아니라
“재해석된 상하이 빈티지”로 불린다.

 

🔸 디지털 마케팅과 브랜드 성장

상하이에서는 SNS ‘샤오홍슈(小红书, RED)’가
빈티지 트렌드의 중심이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방 인테리어를 공유하며
‘빈티지 가구 구매처’, ‘복원 팁’, ‘소품 조합법’을 나눈다.

 

여기서 유명해진 로컬 브랜드들이 실제 매장을 열고,
중국 내 수입 브랜드(예: HAY, Muuto, Ferm Living)와 협업하면서
빈티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상하이는 “글로벌 스타일의 현지화”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4. 세 도시의 공통점과 차이

구분 서울 도쿄 상하이
문화적 배경 감성 실용주의 장인정신·와비사비 글로벌 혼종 문화
주요 키워드 리폼·DIY·감성 절제·자연소재·여백 트렌드·디지털·복합미
가구 스타일 내추럴·인더스트리얼 미니멀·핸드메이드 클래식·모던 믹스
소비자 세대 MZ세대 30~40대 감성소비층 Z세대·창업가 중심
확산 채널 인스타그램·유튜브 로컬 브랜드 매장 샤오홍슈·온라인 커머스

이 표에서 보듯,
서울은 감성 중심,
도쿄는 완성도 중심,
상하이는 속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세 도시의 공통점은 하나다 —
“오래된 것을 새롭게 경험하려는 세대의 욕망”이다.
이 욕망이 아시아 빈티지 열풍을 움직이고 있다.

 

5. 글로벌 시장에서의 의미

아시아 빈티지 시장은 단순한 복고 소비가 아니다.
이는 도시의 정체성과 세대의 감정이 맞물린 현상이다.

  • 서울은 도시형 라이프스타일의 감정화
  • 도쿄는 전통 미학의 현대적 해석
  • 상하이는 디지털 소비와 디자인 결합

이 세 흐름이 맞물리며
‘아시아 빈티지’는 하나의 독립된 미학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Statista(2025)에 따르면,
아시아 리빙 시장 내 빈티지·레트로 관련 소비는
최근 3년간 연평균 27%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상하이는 신규 브랜드 수가 2배 이상 늘었다.

 

6. 빈티지의 새로운 방향 — “기억의 공유”

이제 아시아의 빈티지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기억을 공유하는 방식이 되었다.

 

서울의 카페, 도쿄의 갤러리, 상하이의 플래그십 매장—
모두 각자의 ‘시대 감정’을 전시하는 무대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새것’을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된 것의 따뜻함, 손의 흔적, 빛바랜 질감을 소비한다.

 

이 흐름은 결국,
아시아의 디자인이 서구를 모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디자인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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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아시아 빈티지의 시간

아시아의 세 도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간의 미학’을 해석한다.


서울은 감정과 일상을 통해 빈티지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였고,
도쿄는 기술과 장인정신으로 그 감성을 정제했으며,
상하이는 디지털 속도감으로 그 흐름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서로 다른 방향이지만, 결국 모두 “오래된 것의 가치”를 새롭게 말하고 있다.

 

참고 출처

  • Statista, Asia Vintage & Lifestyle Market Report (2025)
  • Dezeen, Tokyo’s New Vintage Minimalism (2025)
  • Maison Korea, 서울 감성 리빙의 진화 (2024)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5 아시아 리빙 트렌드 분석
  • 샤오홍슈 RED Insight Report (2025)